오빠들이 돌아왔다! '돌아온 엄사장' 고수 박근형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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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오빠들이 돌아왔다. 고수는 군 복무를 마치고 연극 무대로, 박근형 연출은 신작 <돌아온 엄사장>으로, 조재현은 ‘최강국’에서 연극열전 2 프로그래머로 돌아왔다. 범상치 않은 세 오빠의 등장에 대학로가 술렁거리고 있다.
돌아온 엄사장으로 모인 세 남자
쉽 지 않은 조합이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대학로를 지켜온 박근형 연출과‘연극열전 2’로 연극의 활성화를 꿈꾸는 조재현, 그리고 난생 처음 연극에 도전하는 고수까지. 물론 셋의 친분은 워낙에 유명한 사실이지만 <돌아온 엄사장>이란 작품으로 조우하기까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돌아온 엄사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근형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 60퍼센트 정도 완성된 상태다. 그 중 40퍼센트 분량의 절반은 고수 부분인데 제일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지. 평소에 작업했던 동료들은 알아서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데 고수는 슬슬 불안해하고 있다. 연습하라고 모아놓고 만날 술 마시니까.(웃음)
고수 솔직히 지금 상태가 어떠냐면 지갑이 어디에 있는지 차 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다닌다. 한마디로 정신이 없다.
박근형 그런 사람을 데리고 며칠 전에 연습하다 말고 포항 다녀왔잖아.(웃음)
조재현 워낙에 근형이 형이 머리를 쓰는 게 아니라 몸을 쓰는 분이셔서.
이번 작품이 <선착장에서>의 뒷이야기라고 들었다. 어떻게 준비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박근형 대본을 미리 써놓은 건 아니었고 속편 비슷하게 ‘돌아온 엄 사장’ 하면 어떨까 하던 참에 재현 씨가 연극열전 2에 가면 어떻겠냐고 한 거지. 고수는 전부터 작품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고수가 참여하면서 역할 자체가 바뀌었다. 원래는 피해 입고 희생당하는 역할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다 나쁜 놈들투성인 세상에 혼자 착하면 불쌍한 게 아니라 심심할 것 같더라. 그래서 나쁜 놈의 아들로 역할이 바뀐 거지. 물론 그 엄 사장이 나쁘다고 해도 우리 안엔 누구나 그런 게 있는 게 아닌가.
박근형의 작품을 보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들춰내는 것 같아 부끄러운 기분이 든다.
박근형 고수한테 원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런 거다. 충분히 된다고 보는데 연기하면서 어느 순간 확 올 때가 있지 않나. 순식간에 뭔가 확 올 때 그걸 맛 봤으면 좋겠다. 껍질이 한 꺼풀 벗겨진다.
조재현 배우를 벌거벗기는 작업이지. 나도 근형이 형이랑 해봤잖아. 자기 자신도 모르는 에너지가 나오더라고.
어떤가, 벌거벗겨지는 느낌이 드는가.
고수 전에 했던 작업과는 전혀 다르다. 연극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매력이고 재미있다. 물론 솔직히 부담은 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처음 시작하는 많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시작하고 싶은데 상황은 그렇지 않지 않나. 어떻게 보면 그러니까 극에서 차지하는 작은 부분일 수도 있고 그전에 홍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 때문에 홍보성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그런 걸 다 떠나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으로서의 그것만 원하는데, 상황은 그렇지 않아서 좀 그렇다. 나는 괜찮다. 그런데 몸담고 있는 식구도 있고 바라봐 주는 사람도 있는데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한다.
조재현 고수랑 이렇게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데 위안의 말을 하자면 고수가 소극장 연극을 선택했다는 자체로 전달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장동건이 <해안선> 출연을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내가 그랬다. 나는 솔직히 관객이 하나도 안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너의 선택에 대한 가치가 더 소중해질 거란 생각이 든다고. 고수도 이번 작품을 통해 선택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느끼게 될 거다.
연극을 향한 열망과 연기를 향한 갈증
고 수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연극 무대를 앞두고 긴장한 듯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박근형 연출은 그런 고수를 허허실실 웃으며 다독거렸다. 그리고 조재현 프로그래머는 아들 같은 고수와 형 같은 박근형 연출 사이에서 들뜬 목소리로 작품 자랑을 늘어놓았다.

연출로서 고수란 배우를 평가하자면.
박근형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사려 깊게 하는데 그 안은 매우 강하다. 내가 이번에 마음속에 정한 건 하나다. 우리는 10년 20년 연극 현장에 쭉 있었다. 많은 시련 속에서 실패하고 힘들어도 그 속에서 단련됐다. 연극을 하면서 적당한 상처와 단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연극을 하고 싶어해야지’ 혹은 ‘다신 하나 봐라’ 하면 안 될 것 같다. 외부적인 성과를 떠나서 작업자끼리 과정에서 ‘연극 할 만하다, 또 하고 싶네’ 하는 게 돼야 하는 거다. 이번 경험이 다른 일할 때 도움이 되고 외면하지 않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연극을 접하니 어떤가. 처음 연극 무대에 서는 것 이전에 공백을 거치고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다.
고수 26개월 동안 떠나 있으면서 그전에 있던 것들은 다 잊은 것 같다. 연기를 했다는 생각은 안 했고 대본만 읽었다는 생각이 많았다. 미디어에 노출되다 보니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나’라는 인간이 없어지는 것 같고. 인정하지 않나? 내가 없어졌다란 생각이 들고 그러니까 또 멀리하게 되고. 다 똑같이 복제되는 추세인데 그런 것 말고 진짜 ‘나’를 찾아보자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전에 연기로 치열하게 싸우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나?
고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해보고 싶다. 그런 걸 맛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고.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 하면서도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차기작은 <돌아온 엄사장>뿐인가?
조재현 얘는 한 번 꽂히면 다른 걸 안 해. 난 다른 걸 막 하는데.(웃음)
아버지와 아들 같은 느낌이다. 역시 연극을 선택한 데에는 조재현의 영향이 큰 건가.
조재현 얘가 시킨다고 할 사람도 아니고. 은근히 말 안 듣는 스타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니?’ 물으면 툭 한마디 던지고 지나가고.(웃음) 극단 ‘골목길’에 애정을 너무 쏟는 것 같아서 ‘너무 가지 말아라’ 한 적은 있다.
박근형 폐인 된다니까.(웃음)
고수 요즘 어떤 생각을 하냐면….
조재현 어, 담배 피우네? 끊었었잖아, 극단에서 애 완전 잘못 버려놨어.(웃음)
박근형 술도 많이 늘었어요.(웃음)
고수 아니에요. 암튼,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연극이라는 걸 해보니까 무대 위에서 하는 체계가 있지 않나, 그게 궁금하다. 발성이라든지 고유의 움직임이라든지 하나하나가 다 궁금하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근형 걱정 마, 맘대로 해.(웃음)
고수 지금의 나는 휩쓸리는 것 같고 이끌려 가는 것 같고 좇아간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방황하는 시기다. 여기에서 이렇게 해야 하나? 하는 거지. 선생님이 처음에 지도해 주신 게 ‘연극은 전달이다’였다. 그렇구나 하고 전달만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또 발성이 엇나가고, 이틀 지나니까 선생님은 또 그게 아니다 하시고. 그럼 나는 ‘어, 이게 뭐지?’ 하는 상태랄까.
박근형 저 놈들 믿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나만 난리 나겠구나 하는 거지.(웃음)
고수 솔직히 어제 연습을 못하고 그냥 그날 상황 자체로 주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생각 없습니다’ 하면 되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다.(웃음)
야심차게 준비하는 2010년 프로젝트
순대국과 막걸리를 찾으며 유쾌하게 시작한 인터뷰는 어느덧 연극에 대한 애정과 고민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미 2010년 공연 리스트까지 준비하고 있는 그들에게 연극과 대학로는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 있는 듯했다.

사실 이 구성으로 <청춘예찬>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조재현 2010년에 할 거다. 아예 근형이 형의 전작을 레퍼토리로 올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 작가의 공연이 레퍼토리로 올라간다는 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 <청춘예
찬>부터 시작해서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쥐> <선착장에서> 다 올릴 거다.
박근형 연출은 옆집 아저씨같이 푸근한 인상인데 작품을 참 지독하게 만든다. <청춘예찬> 보고 술 많이 마셨다.
박근형 아저씨는 무슨, 오빠지. 오빠.
조재현 <청춘예찬> 보고 엄청 울었다. 정말 좋은 공연이다. 고수가 정말 잘할 거다. 얘가 약간 욱하는 게 있어서.(웃음)
박근형 고수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 고수 얼굴을 보면 천고천파가 다 있다. 외로울 고(孤)에 파란만장할 파(波).
조재현 나는요? 나는 천고 없어요?
박근형 재현 씨는 천귀가 있지. 귀할 귀(貴).
조재현 나는 고(孤)가 없어요? 자세히 못 본 거 아니고?(웃음)
그럼 고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건가.
조재현 얘는 인생이 파란만장한 것보다 방랑기가 있다.(웃음)
고수 얼마 전에 지리산 갔다가 며칠 있다 설악산에 갔는데 갑자기 누가 “어, 고수 씨 아니세요?” 하는 거다. “맞는데요” 했더니 “며칠 전에 지리산에서 봤는데!” 그러는 거지. “다음에 또 봬요” 그랬다.(웃음) 산에 오르면 계속 머물지 않고 마주치지 않나. 그게 참 신기하다.
대학로도 그런 게 있다. 왔다 갔다 하면 계속 부딪치고 마주친다. 연극열전 2 하면서 대학로가 더 북적거려진 것 같은데.
조재현 아직 활성화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상대적으로 안 된 작품들도 많아서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 하는 평가도 있고. 이번 프로젝트가 단발성이라면 맞는 말이지만 계속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부족한 걸 채워나가고 현실적으로 맞는 방법을 찾아갈 거다. 그래서 이번 <돌아온 엄사장>이 상당히 기대된다. 접근성이 좋지 않나, 근형이 형이 또 어떤 음모를 꾸밀지. 제목도 편안하고 내용도 만만하고.(웃음)
하지만 막상 보고 나면 늘 만만치 않다.
조재현 만만하게 본 사람들은 재밌게 지나가고, 또 만만치 않게 본 사람들은 연극의 재미를 느끼는 거지. 그런 양질의 관객이 계속 생산될 거다.
박근형 아직도 연극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이 참 많다. 한 번 접하면 멈출 수 없는 게 연극인데 말이지.
(고수에게) 이렇게 연극을 사랑하는 두 분의 말을 경청하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고수 무한 영광이다.(웃음) 사실 내가 연기에 대해서, 연극에 대해서 말할 입장이 안 된다. 아직 한 작품도 안 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을 또 하게 되고 그때는 할 말이 많아질 것 같다.
지금의 허심탄회한 심정을 말한다면.
고수 솔직히 아까 오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편안하다. 다음 주에 연극 시작한다는 걸 까먹은 것 같다.(웃음)
조재현 얘가 연기를 열망하는 게 느껴진다.
박근형 고수라는 배우가 그전에 했던 것과는 다른 체험이 될 거라는 걸 믿고 있다. 시간을 물리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제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
조재현 3일 전부터 각이 나올 거다. 아, 나는 근형이 형 팬으로만 있을래. 내가 <에쿠우스> 연출할 때 근형이 형 배우 시킬 거야.
곧 보게 될 <돌아온 엄사장>도, 앞으로 세 사람이 꾸려갈 대학로도 기대가 된다.
조재현 <돌아온 엄사장>이 기분 좋은 게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형이라는 연출에 대한 기대, 연극열전이라는 브랜드의 파워, 고수 복귀작에 대한 기대감이 잘 맞는 것 같다. 준비하는 스태프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앙상블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제작 자체도 ‘골목길’에 일임했다. 앞으로 다른 극단들과도 같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근형이 형이 제작비 적다며 투덜거리시는데(웃음) 내가 다 안다니까.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게 아낌없이 도울 거다.
고수 돈 좀 많이 주세요. 배고파요.(웃음)
조재현 어느덧 얘는 내 손을 떠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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